8개월 만에 서울에 잠시 다녀왔다. 오세훈 전 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그렇게 외치며 돈을 쏟아부었건만 서울거리의 미관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어보였다. 깔끔하기로는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일본 도쿄에서 지내느라 눈이 달라진 걸까. 관광 경쟁력의 측면에서 서울과 도쿄의 차이를 생각해봤다.
■ 서울엔 없고 도쿄엔 있다 - 흡연장소
서울에선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울 수 있다. 금연 바람이 불고 정부가 규제를 한다 하지만 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김포공항 입국장을 나와보니 많은 이들이 밖에 서서 담배를 피워댔다. 건물 외곽에 흡연실을 뒀지만 그곳에서 피우는 이들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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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명동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 사진 www.skyscrapercity.com |
일본은 규정상으로는 흡연자들의 권리(?)를 더 많이 보장해준다. 도쿄 하네다 공항에는 흡연실이 꽤 많다. 일본에는 분연(分煙)이란 개념이 정립돼 있다. 담배 냄새를 맡지 않을 권리와 담배를 피울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하자는 취지다. 도쿄 지요다구 같은 도심에서는 아예 노상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지만 큰 빌딩에는 거의 어김 없이 흡연실이 설치돼 있다. 도쿄도(道) 내의 어느 건물에, 아니면 어느 지역에 흡연소가 있는지 표기해둔 책자를 팔 정도다.
역 주변에는 거의 대부분 흡연장소가 있다. 커피숍이나 식당에서 금연, 흡연구역을 갈라놓는다. 흡연할 수 있는 공간에는 환풍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노상흡연을 규제하지 않는 지역이라도 걸어다니면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대부분 금하고 있다.
서울은 흡연 규제가 말뿐이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담배를 피워 물고 걸어다니며 담배꽁초도 아무 데나 버린다. 식당에서도 요즘은 대부분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데, 그러다보니 흡연자들이 거리로 나서서 흡연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은 분연체제가 확실하게 정립돼 있어 흡연자도 비흡연자도 공존가능하다.
서울시가 거리 곳곳 흡연 공간을 설치하는 대신 보행흡연은 규제하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디자인 서울’ 한다고 수천억원씩 쓸 돈의 일부만 돌렸더라도 해소됐을 문제 아닐까.
■ 서울에만 있다 - 음식물 쓰레기통
오랜만에 광화문 나들이를 했다. 광화문우체국 맞은편 교보문고 부근에 절구통처럼 생긴 통(?)이 있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앉거나 서서 담배를 피웠다. 통에는 담배꽁초, 각종 인쇄물, 일회용 커피잔, 음료수캔, 페트병 등이 뒤섞여 있었다.
일본에서는 이런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다. 거의 모든 쓰레기통에 캔과 페트병, 타는 쓰레기가 따로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통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도 없다. 흡연은 재떨이가 설치된 흡연소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정에서 내놓는 쓰레기만 놓고 보면 서울이 훨씬 복잡하다. 일본은 타는 쓰레기, 타지 않는 쓰레기와 신문지·페트병만 구분하면 된다. 한국에서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내놓을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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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 나카노구의 혼고도리 거리. | 사진 wikimedia.org |
■ 서울엔 있고 도쿄엔 없다 - 보도블록
일본은 인도에도 대부분 아스팔트를 깔아놨다. 큰 빌딩들은 건물 바로 앞에 별도로 타일이나 블록을 깔기도 하지만 보도는 대개 아스팔트로 덮여 있다. 인도에 아스팔트를 깔면 두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일단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편하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다니기에도 걸리거나 깨지고 울퉁불퉁 파인 부분이 없어 좋다. 또 더러워져도 표시가 잘 나지 않고, 보도블록보다 오래간다.
반면 한국은 대개의 인도에 보도블록이 깔려 있다. 그것도 규격이 통일되지 않고 제각각이다. 신축건물이 들어서면 그 앞 보도에는 비싼 돌이 깔린다. 때만 되면 불용예산을 없애려 지자체들이 보도블록 교체공사를 벌인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아스팔트로 포장하면 빗물이 잘 투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있지만 그건 기본적으로 하수도 관리의 문제다.
일본은 자전거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자전거 통행이 자유스럽다. 인도건 차도건 대부분 무사통과다. 4대강 주변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 것이 아니라, 서울 도심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
도로를 비교해보면 도쿄는 차선이 서울보다 엄청 좁다! 일본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양옆으로 다른 차량들과 스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터널을 통과할 때나 모퉁이를 돌 때면 행여 부딪칠까 아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워낙 공간을 좁게 쓰는 쪽으로 도시가 설계돼있어 그런 것 같다. 다만 도쿄엔 도로 턱과 과속측정기가 거의 없다. 모두들 제한속도를 잘 지키기 때문일까?
■ 도쿄에만 있다 - 아침밥 주는 싼 호텔
가끔씩 일본에 출장 올 경우, 대개 1만엔이 못되는 비즈니스호텔에 묵었다. 방이 좁고 화장실도 작지만, 제법 버젓한 식당이 있고 아침밥도 나름 먹을 만하다. 타국 여행자들에게 호텔에서 먹는 따뜻한 아침밥만큼 든든한 존재도 없다.
하지만 한국의 숙박시설은 특급호텔 아니면 러브호텔, 여관으로 양분돼 있다. 특급호텔은 아침식사를 주지만 비싸다. 10만원대의 숙박료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비즈니스급 호텔이 매우 부족하다. 최근 한국에 여행을 다녀온 일본 친구는 명동 부근에 새로 지어진 호텔에 머물렀지만 아침식사를 주지 않아 근처 식당에서 날마다 밥을 먹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도요코인 같은 호텔체인들이 있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 글·사진 서의동
■ 블로그 주소 http://soidong.khan.kr
글쓴이는 경향신문 도쿄특파원입니다. 블로그에 도쿄생활 단상과 스케치들을 올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