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경 영국이 아일랜드를 정복했을 때 아일랜드 사람들은 증류한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마시던 술은 인간을 황홀하게 만들고 고통을 잊게 하며 상처를 치료하는 비약이라 여겨 ‘생명의 물(Aqua-Vita)’로 불렸다. 이것이 켈트어 ‘우스게바하(Usquebaugh)’로 불리다가 18세기에 비로소 우리가 사용하는 ‘위스키(Whisky)’로 정착되었다.
‘생명의 술’로 불리는 위스키는 마시는 방법에 따라 향과 맛이 달라지는 술이다. 위스키를 마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스트레이트(Straight)다. 소주잔보다 약간 작은 스트레이트 잔에 80~90%를 채워 마시며, 위스키 고유의 향과 맛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국내의 스트레이트 잔은 보통 30㎖ 정도의 사이즈로 한 입에 털어서 먹기에 좋다. 반면 영국이나 스코틀랜드의 경우 국내보다 큰 40~50㎖ 사이즈의 잔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원샷’보다는 조금씩 입을 축이며 나눠 마시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이트와 함께 보편화된 방법이 온더록(On the rocks)이다. 스트레이트보다 위스키의 향이나 맛을 순화해서 마시는 방법으로 알코올 도수도 약간 낮춰준다. 다만 위스키를 얼음에 부으면 온도가 내려가 풍부한 향을 즐길 수 없고, 맛 또한 얼음이 녹은 물과 섞이게 되어 특유의 맛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된다. 영국이나 아일랜드에서는 상온의 물과 같이 위스키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위스키에 상온의 물을 섞어 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상온의 물과 위스키를 보통 1:1 정도의 비율로 섞어 마시고 취향에 따라 약간 다르게 마시기도 한다.
일본에서도 위스키에 물을 타서 마시는 음용법이 대중적이며, ‘미즈와리’라고 불린다. 독한 술을 좋아하지 않는 일본인의 성향에 맞춰 산토리사가 위스키 대중화를 위해 만든 음주방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마스터 블렌더이자 ‘King of Whisky’로 불리는 에드링턴 그룹의 존 람지는 상온의 물이 없을 경우 미네랄 워터나 소다를 섞어서 마시는 방법을 권하기도 했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천천히 향을 음미하며 편안하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체이서(Chaser)’ 음용 방법도 있다. 스트레이트로 위스키를 마시고 바로 이어서 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이트와 물을 타서 먹는 방법의 중간 정도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위스키를 마시고 나서 남는 향인 피니시(Finish)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물 대신 맥주와 함께 먹는 것은 ‘비어 체이서(Beer Chaser)’로 불린다. 맥주와 위스키, 보드카 등을 섞어서 마시는 것은 ‘보일러 메이커(Boiler Maker)’라고 부르며 저렴한 위스키로 빨리 취하고 싶을 때 유럽에서 많이 음용했던 형태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폭탄주와 비슷해 종종 비교가 되기도 한다.
폭탄주는 우리나라 술 문화에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음용 형태로 소주+위스키, 맥주+위스키 등을 섞어 마신다. 매년 새로운 폭탄주 제조법이 나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맛의 궁합이 잘 맞는 브랜드 등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하이트맥주와 프리미엄 위스키 킹덤을 섞은 하이킹, 식이섬유 맥주 S와 킹덤을 섞은 에스킹 등이 그러한 경우라 하겠다. 이외에 위스키를 칵테일로 만들어 마시는 경우도 많다. 아메리칸 위스키의 경우 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타서 마시고, 스카치 위스키는 오렌지 주스나 각종 크림 등을 타서 칵테일로 즐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라 하겠다.
위스키는 더운 지방에서는 무더위를 이겨내는 청량제 구실을 하고, 반대로 추운 지방에서는 마시면 열량을 보태어 추위를 덜어주는 전천후 술로 불리고 있다. 너무 비싼 고가의 위스키만을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가격대의 위스키를 다양한 방법으로 음미해보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 정재영 하이스코트 차장 〉
